OvAI DIRECTOR OF THE MONTH

정해진 시선보다 조금 비껴선 자리에서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감독


'soE!'


Q. 필명인 'soE!'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A. soE!는 새벽의 여신 에오스(Eos)의 철자를 뒤집어 만든 이름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새벽의 감성과 함께, 'so… Enjoy!'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처음에는 음악 활동을 하며 사용하던 예명이었지만 AI 작업을 시작한 이후에는 영상 작업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 활동 전반에서 'soE!'라는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Q.  AI 영화감독으로서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어떤 계기로 AI 영상 창작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셨는지요?


A. 원래는 음악을 전공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계속 부딪혔고 결국 이어가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어 내려놓게 됐습니다. 오랫동안 해온 음악을 내려놓고 나니 한동안은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러다 일단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국비 과정을 통해 영상 편집을 배우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AI 이미지와 영상 툴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배우고 있던 편집 기술과 음악을 하며 쌓아온 것들을 AI와 연결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제가 가진 기술만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장면들이 AI를 통해 실제 이미지와 영상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이 방향으로 더 해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AI 영상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작품 <살(煞);>의 스토리에서 현대 사회의 마녀사냥이나 사이버 불링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데요, 시나리오를 기획하실 때 특별히 영감을 받은 사건이 있으셨나요?


A. 특정한 사건 하나에서 영감을 받았다기보다는 평소에 온라인 댓글창이나 사회 분위기를 보면서 계속 느껴왔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요즘은 어떤 일이 벌어지면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기 전에 먼저 판단이 내려지고 누군가를 비난하는 흐름이 너무 빠르게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쉽게 가해자와 피해자, 선과 악을 나누지만, 정작 그 안에 있는 개인의 사정이나 진실은 잘 보이지 않게 된다고 느꼈고 이런 문제점들을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Q.  감독님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기이한 아이의 탄생'을 소재를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지에서 오는 공포와 집단적 불안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마녀사냥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존재하며, 먼 미래에도 쉽게 사라지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현대 사회의 마녀사냥을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 조선시대라는 배경 안에서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누군가를 마녀사냥했을까를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쓰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샴쌍둥이라는 소재를 택했고, 지금은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선천적인 신체 차이지만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사람들에게 괴물이나 불길한 징조처럼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기괴한 이미지를 위한 소재가 아니라 마녀사냥이 시작되는 도화선이자 사람들의 무지와 두려움이 드러나는 장치로 작용하도록 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아이의 모습 자체가 아닌 아무 잘못 없는 존재에게 마음대로 의미를 붙이고 죄가 있는 존재처럼 몰아가는 사람들의 시선이었습니다.

Q. <살(煞);> 특유의 기괴하고 서늘한 분위기를 뽑아내실 때 가장 애를 먹었던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A. 가장 애를 먹었던 건 원하는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구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공포감을 어떻게 연출로 풀어낼지 고민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작품 특성상 기괴하고 서늘한 이미지가 필요했지만 AI 툴의 검열 때문에 의도했던 장면들이 그대로 생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무엇을 보여주지 않을지, 어떤 타이밍에 끊을지, 어떤 분위기와 사운드로 긴장감을 만들지 고민해야 했습니다. 직접적인 표현이 막히는 만큼 컷 전환, 화면의 여백, 인물의 반응, 소리 같은 요소로 공포를 우회해서 전달해야 했는데 그 과정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Q. 캐릭터들의 감정선과 군중심리를 AI 영상으로 표현하실 때 가장 신경 쓰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캐릭터들의 감정이 너무 과하게 보이지 않도록 하는 데 가장 신경 썼습니다. 소재 자체가 강하다 보니 인물들이 지나치게 극적으로 반응하면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질 것 같아서 최대한 실제 사람들이 그런 상황에서 할 법한 말과 반응을 중심으로 감정선을 잡으려고 했습니다. 군중심리를 표현할 때, 단순히 ‘나쁜 사람들이 한 아이를 몰아간다’는 식으로만 보이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거나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그런 폭력이 어떻게 공포와 무지 속에서 옳은 일처럼 포장되는가였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는 것이 맞다고 확신하는 순간, 타인에게 가하는 폭력조차 쉽게 합리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 과정이 가장 무섭다고 느꼈고 그런 군중심리를 작품 안에 담고 싶었습니다. 특히 가장 신경 썼던 건 엄마의 감정선이었습니다. 보통 엄마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를 지킬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엄마 역시 공포와 사람들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한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도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과 주변의 낙인 속에서 흔들리는 인물인 거죠. 저는 그 지점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엄마라는 존재도 결국 한 사람의 일부이고 사랑만으로 모든 공포를 이겨낼 수 있는 존재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Q.  
감독님이 준비하고 계신 다음 작품은 어떤 장르나 소재가 될지 살짝 스포일러 부탁드립니다.


A. 이번에 만들고 있는 작품은 <살(煞);>과는 전혀 다른 감성의 애니메이션으로, 사후세계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전작이 기괴하고 서늘한 분위기에 가까웠다면 이번 작품은 조금 더 신비롭고 감성적인 결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Q. 수많은 예비 AI 감독님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A. AI 영상툴과 이미지툴은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적인 결과물의 차이는 점점 줄어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계속 따라가고 배우는 입장이지만 결국에는 어떤 이야기를 기획하고, 같은 장면을 어떻게 연출하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AI가 좋은 장면을 만들어주는 시대가 되더라도 그 장면을 왜 만들고 어떤 흐름 안에서 보여줄지 결정하는 건 결국 만드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지금은 제 색깔을 찾기 위해 계속 시도하고 있는 중입니다. 기술만큼이나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어떤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갈건지가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저도 아직 제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계속 시도하면서 배워가고 있습니다. 창작이란 고통과 즐거움을 동시에 주는 일이기에, 모두 지치지 않고 각자의 속도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오래 이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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